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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붉은 셔츠, 김민재에겐 독인가 성배인가
'철벽' 김민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이 다시 점화됐다. 그러나 현재 맨유는 영광의 무대라기보다 혼돈의 극장이다. 이적은 과연 김민재 커리어의 정점일까, 아니면 위험한 도박일까
이적을 고민하는 축구선수의 모습 (AI 생성 이미지)
'괴물'의 귀환, 혹은 또 다른 유배의 시작
한 언론 매체에서 김민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자가 추천설을 보도했다. 박지성 이후 텅 비어 있던 올드 트래포드의 한국인 계보를 잇는다는, 듣기에는 제법 그럴듯한 서사다. 나폴리의 영웅, 뮌헨의 우승 멤버가 된 ‘괴물’이 마침내 축구의 종가, 그것도 가장 상징적인 클럽의 붉은 유니폼을 입는다는 그림. 매혹적이다.
하지만 잠깐. 우리는 이 장면에서 감상주의를 걷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맨유는 박지성이 뛰던 시절의 그 제국이 아니다. 영광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은, 과거의 영광이라는 지독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유령선에 가깝다. 김민재의 이적설은 '영광의 무대 입성'이라는 단순한 플롯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어쩌면, 한 위대한 수비수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유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문은 진실에 가까운가.
올드 트래포드, 폐허 위에 세워진 신기루
맨유가 수비 보강을 원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수에 가깝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포지션 변경 가능성, 루크 쇼의 유리몸 기질, 라파엘 바란의 퇴장. 수비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정하다. 지난 시즌 리그 8위라는, 15위만큼이나 굴욕적인 성적표는 이 모든 문제의 귀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재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피지컬, 속도, 투쟁심은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압박 속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감.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맨유의 문제는 단순히 수비수 몇 명의 기량 부족이 아니다. 클럽의 철학 부재, 불분명한 전술, 그리고 선수단 전체를 잠식한 패배주의가 진짜 병마다. 김민재 한 명을 영입하는 것은 마치 무너지는 대성당의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한 조각을 교체하는 것과 같다. 구조적 결함은 그대로 둔 채, 가장 눈에 띄는 구멍만 잠시 틀어막는 임시방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민재, 숫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가치
뮌헨에서의 김민재는 성공과 시련을 동시에 맛봤다.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시즌 후반기에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었다. 조나단 타의 영입설은 뮌헨이 그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하지만 이것이 김민재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감히 말한다. 김민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빅클럽'이라는 간판이 아니다. 그의 가치를 200%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 환경이다. 그의 수비는 벽을 세우는 토목공사가 아니다. 상대 공격의 맥을 정확히 끊어내는 외과의사의 메스와 같다. 후방에 머물며 안정적으로 공간을 커버하기보다, 한 발 앞서 나와 상대를 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이런 그가 과연 체계 없이 흔들리는 맨유의 수비 라인에서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의 공격적인 수비 스타일이 팀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선택은 선수의 몫이다
수많은 클럽의 구애는 그의 클래스가 여전함을 증명한다. 그는 과연 폐허가 된 제국에서 기꺼이 대들보가 되기를 자처할 것인가, 아니면 더 안정적인 왕국에서 자신의 성을 쌓아 올릴 것인가. 그 선택이 그의 커리어 마지막 장의 성격을 규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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