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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알 나스르행, '황금 왼발'은 꿈을 좇나, 돈을 좇나?
이강인 알 나스르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리에서의 순탄치 않은 주전 경쟁과 호날두의 존재라는 달콤한 유혹 사이에서, 그의 선택은 유럽 잔류라는 자존심과 사우디의 막대한 자금력 사이의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축구 팬들의 게임 속에서나 상상했던 '이강인의 택배 크로스 → 호날두의 마무리'라는 그림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파리의 낭만은 끝났는가
이강인이 마요르카를 떠나 '빅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팬들은 그의 빛나는 미래를 의심하지 않았다. 킬리안 음바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 사이에서 그의 창의적인 패스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파리의 낭만은 생각보다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시즌 초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제로톱, 좌우 윙어,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며 그의 다재다능함을 시험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확실한 주전 포지션을 꿰차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흐를수록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기에서나 간신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배려'를 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PSG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구단이 이강인에 대한 제안을 기꺼이 들어볼 준비가 되었다고 보도한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영입설, 데지레 두에와 같은 신성의 성장 등 이유는 복합적이다. 분명한 것은, 이강인이 PSG의 다음 시즌 구상에서 '핵심'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는 차가운 현실이다.
'호날두의 도우미'라는 달콤한 독배
바로 이 균열을 사우디의 '오일 머니'가 파고들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알 나스르가 PSG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는 소식(관련 보도)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한때 구단과 불화설, 유럽 복귀설까지 돌았던 호날두는 결국 잔류를 선언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제 알 나스르는 '우리 형'의 완벽한 조력자를 찾아 나섰고, 그 레이더에 이강인이 포착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PSG에서 어정쩡한 입지로 벤치를 달구는 대신, 매 경기 선발 출전하며 세계적인 골잡이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사우디 리그가 제공할 천문학적인 연봉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유럽에서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달콤함 뒤에는 분명 독이 숨어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라는 꿈의 무대에서 멀어지는 것은 물론, 세계 축구의 중심부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초반, 한창 기량을 만개해야 할 시기에 경쟁 수준이 현저히 낮은 리그로 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호날두의 도우미'라는 역할은 매력적이지만, 자칫 그의 커리어를 '사우디의 왕자'가 아닌 '노병의 시종'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위험한 프레임이다.
선택의 기로: 자존심이냐 실리냐
흥미로운 지점은 정작 이강인 본인은 아직 파리를 떠날 의사가 없다는 후문이다. 이는 선수로서 당연한 자존심의 발로일 것이다. 험난한 유럽 무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의지, PSG에서의 실패를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기가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일 수 있다.
결국 선택은 그의 몫이다. 유럽 빅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해 다시 한번 치열한 주전 경쟁에 뛰어드는 길과, 알 나스르로 향해 확실한 주전 자리와 막대한 부를 거머쥐는 길. 전자는 불확실하지만 명예와 성장의 가능성을, 후자는 확실한 대우와 안정을 보장한다.
전사인가, 스타인가: 그의 선택에 쏠린 시선
이번 이적설은 단순히 한 선수의 거취 문제를 넘어, 24세의 젊은 재능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과연 이강인의 황금 왼발은 더 높은 정상을 향한 도전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모래바람 부는 중동의 황금빛 안락함을 택할 것인가. 그의 결정에 한국 축구의 미래 한 조각이 걸려있다.
결국 이강인의 거취는 그가 어떤 축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과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끝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유럽의 전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막대한 부와 명성을 보장받는 '사막의 스타'가 될 것인지. 축구 팬들은 이제 숨죽여 그의 선택을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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